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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실링 핏빛 양말 약 1억원에 팔려

 

야구 좋아하시는 분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 팬들에게는 약간 씁쓸한 소식이 올라왔네요. 오늘 usa Y! Sports를 검색하다가 보스턴 레드삭스 커트실링의 핏빛 양말이 경매에서 팔렸다는 소식을 읽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한화로 치면 약 1억원 정도가 되겠네요.

 

EX-BOSTON REDSOX'S LEGANDARY PITCHER, Curt Schilling, his bloody sock worN in GAME 2 OF THE WORLD SERIES 2004, sold for $92,612.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적 투수 커트실링이 2004년 월드시리즈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신었던 핏빛 양말이 9만2천6백십2달러(한화 약 1억원)에 팔렸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많은 분들이 커트실링의 핏빛 양말이라고 하면,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서 텔레비전 카메라에 잡힌 붉은 색의 양말을 기억하고 계시는데요, 이번에 팔린 양말은 그 양말이 아니라, 월드시리즈 2차전에서 신었던 양말입니다.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계시는 양키스와의 대결은 아메리칸 챔피언십 시리즈(ALCS) 6차전(Game 6)에서 신었던 양말입니다. The red socks is not the bloody sock worn in the ALCS against the New York Yankees or Game 6 of the Series.

 

커트 실링은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의 에이스였는데, 발목 인대 수술을 받은지 얼마 되지 않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흰 양말에 빨간 피가 물들 정도로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졌고,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뉴욕양키스를 물리치고, 월드시리즈에 올라 마침내 우승을 차지하게 됩니다. 커트 실링은 챔피언십 시리즈 6차전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그 유명한 핏빛 양말 투혼을 한차례 선보이고, 이후 월드시리즈에 다시 올라 또 한번 핏빛 양말 투혼을 보입니다.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를 휩싸고 있던 '밤비노의 저주'가 85년 만에 깨지게 되었는데, 이것 역시 실링의 핏빛 양말이 큰 역할을 한 것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양말이 경매에 나오게 되었으니, 보스턴 팬들에게는 참 복잡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의미있는 양말이 왜 경매에 나오게 되었느냐?

결국 돈 때문입니다.

 

커트 실링은 은퇴를 하고 나서 컴퓨터 게임에 관심이 많아 게임 개발 회사를 세웁니다. 회사의 이름은 본인의 등번호를 따서 '38 스튜디오'라고 명명했지요.  하지만 작년 중반에 자금난에 빠져 파산에 이르게 됩니다. 약 800억원 대출하며 핏빛 양말을 담보로 제공했는데, 당연히 상환불능에 빠져서 양말이 경매에 나오게 된 것이지요.

 

지난 2월 4일 경매가 시작되어 2월 24일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예상 가격은 최소 18만 달러 정도였다고 하는데, 예상 가격의 약 반 정도인 9만 2천여 달러에 경매가 이루어 졌습니다.

 

예상보다 적은 가격에 낙찰된 이유는?

ESPN의 Darren Rovell 도 실망했다고 하네요.

사실 9만 달러는 높은 금액이지만 예상 가격에는 반 밖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 이유를 명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양말 투혼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2006년 북미판 남성잡지 GQ 2월호에는 재미있는 설문조사 결과가 제시되는데요, 그 설문조사의 제목은 '선수들과 기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수 10명'(10 most hated athletes)입니다.

이 설문조사 4위에 커트실링이 이름을 올리는데, 2004년 실링의 핏빛 양말 투구는 일종의 '연출'이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같은 팀에서 활약했던 동료들의 인터뷰를 통해 '실링을 아는 선수들은 그 행위가 거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핏자국이 번지지 않고 항상 같은 모양이었다'는 점을 폭로했던 것입니다.

이 외에도 커트 실링의 평소 이중적이었던 행동과 성격이 폭로되면서 인기가 그다지 높아지지 않은 것이 이번 경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25000달러로 시작한 경매는 결국 10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합니다.

 

 

여하튼, 커트 실링의 핏빛 양말 투혼은 그 자체로 역사로 인정받고 있는 대단한 기록이며, 감동을 주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명예의 전당에까지 안치되어 있던 역사적인 야구 유물이 돈 때문에 경매에 나와 팔리게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낙찰자의 이름을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사람은 진정 RED SOX를 사랑하는 사람인가 봅니다.